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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두려워하던 한국

최 낙출 2016. 8. 23. 11:54



 

일본이 두려워하던 한국
'세계 최강 기업 삼성이 두렵다'는 책이 나온 건 2005년 초이다. 일본인이 쓴 최초의 삼성 분석서라는 부제를 달고서이다.

 

반도체, 휴대폰, LCD(액정화면)의 '삼각편대'를 내세운 삼성은 도시바, 히타치, 소니 등 일본 9대(大) 전자 기업의 이익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었다. 이 책은 일본인 학자 1200여명의 모임인 일본디베이

 

트연구협회가 냈다. 일본어판 표지에는 일본어 제목 외에 한국어 제목까지 선명히 달려 있었다. 일본에 삼성 쇼크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책은 삼성에 대한 찬양 일변도라는 비판도 나오지만 일본인들이 집요한 분석력을 발휘해 삼성의 강점이 뭔지, 일본의 단점이 뭔지를 제대로 짚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얼마 전 이 책을 다시 읽을 기회가 있었다. 저자들은 이 책을 쓴 의도를 4개의 질문에 압축했다. 값싸고 질 나쁜 상품을 만들던 삼성이 어떻게 단기간 내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한 걸까? 이 사실을 대다수 일본인은 왜 모르고 있을까?

 

왜 반도체, 휴대폰 같은 첨단 제품에서 일본은 삼성에 뒤지는가? 일본 기업은 향후 삼성을 앞지를 수 있을까?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이들이 내린 결론은 이랬다. 경영 철학을 보면 삼성은 기회 선점, 스피드 경영인데, 일본은 공존공영과 공생을 최우선으로 했다. 경영의 발상에서 보면 삼성은 대담하고 기상천외하고 전략적이지만 일본은 착실하고 견실하고 전술적이다.

 

삼성이 목표하는 방향은 세계 초일류 기업인데 일본은 살아남기·공존·적정 규모였으며, 경영 시야 역시 세계 최고(world best)라는 삼성에 비해 일본

 

은 시장점유율 확대 수준에 그쳤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래서는 일본이 삼성을 이길 수 없다"면서 "이길 수 있는 해답은 단 한 가지, 인재·교육 전략"이라고 결론 내렸다.

 

일본 기업들도 '생각하는 사원'을 만들어야 하며, 인재와 교육에 모든 걸 우선하는 삼성의 문화를 배우라는 것이었다. 그들은 "삼성의 인재 전략은 장대하며, 교육은 장기적인 전략이었으며, 삼성의 제품과 마케팅은 이런 것들의 결과물에 지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 책 얘기를 다시 꺼낸 것은 10년 전 일본인들이 소름 끼친다며 부러워하던 우리의 장점은 하나둘 사라지고, 일본인들이 뼈아프게 반성하던 단점들

 

이 어느새 우리 사회에 자리 잡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장기 전략 대신 눈앞의 위기만 모면하는 전술이 판을 치고, 장대함과 장기적이란 단어보다는 세부적이며 단기적이란 표현에나 어울
릴 비전만 넘쳐난다.

1981년 일본의 급부상에 당황하던 미국에서 경영학자 윌리엄 오치는 일본 기업의 장점을 이렇게 분석했었다. "우리의 적은 사람을 중시하지 않는 기

 

업 문화이다. 일본은 직원의 창의력과 혁신 능력을 끌어내고 고객의 목소리를 들었다." 20년 뒤 일본은 미국이 반성하던 똑같은 이유로 삼성을, 한국을 두려워했다. 그다음 후회할 순서는 우리일까?

 

이인열 산업1부 차장 이인열 산업1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