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가 있는 마을

가을바람 / 이 해인

최 낙출 2017. 1. 2. 12:48

가을바람 / 이 해인
숲과 바다를 흔들다가
이제는 내안에 들어와 
나를 깨우는 바람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놓고
햇빛과 손잡는 눈부신 바람이 있어
가을을 사네
바람이 싣고 오는 쓸쓸함으로
나를 길들이면
가까운 이들과의 눈물겨운 이별도
견뎌낼 수 있으리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사랑과 기도의 아름다운 말
향기로운 모든 말 깊이 접어두고
침묵으로 침묵으로
나를 내려가게 하는
가을바람이여
하늘길에 떠가는 한 조각 구름처럼
아무 매인 곳 없이 내가 님을 뵈옵도록
끝까지 나를 밀어내는 바람이 있어
나는 홀로 가도 외롭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