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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부부의 만두사랑 이야기

최 낙출 2017. 8. 20. 17:21

      

   



어느 노부부의

만두사랑 이야기


비오는 주말입니다.

창밖을 바라다보며 오늘따라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네요...

이런 날 우리 부모님들에게

안부 전화라도 하셔야죠?

노 부부의 만두사랑

이야기 입니다.

우리 부부는 조그마한

만두 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손님 중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매주 수요일

오후 3시면 어김없이

우리 가게에 나타나는 겁니다.

 .

대개는 할아버지가 먼저 와서

기다리지만 비가 온다거나

눈이 온다거나 날씨가

궂은 날이면 할머니가 먼저 와서

구석자리에 앉아 출입문을

바라보며 초조하게 할아버지를

기다리곤 합니다.

 .

두 노인은 별말 없이 서로를

마주 보다가 생각난 듯

상대방에게 황급히 만두를

권하다가 눈이 마주치면

슬픈 영화를 보고 있는 것처럼

눈물이 고이기도 했습니다.

.

대체 저 두 노인들은 어떤

사이일까?

나는 만두를 빚고 있는 아내에게

속삭였습니다.



글쎄요. 부부 아닐까요?

부부가 무엇 때문에 변두리

만두 가게에서 몰래 만나요?

.

허긴 부부라면 저렇게 애절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진 않겠지.

.

부부 같진 않아.

혹시 첫사랑이 아닐까요?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서로 열렬히 사랑했는데

주위의 반대에

부딪혀 이루지 못한 사랑.

그런데 몇 십 년 만에

우연히 만났다.

.

서로에게 가는 마음은

옛날 그대로인데

서로 가정이 있으니 어쩌겠는가.

그래서 이런 식으로 재회를

한단 말이지?

아주 소설을 써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아내의 상상이 맞을는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따뜻한 눈빛이

두 노인이 아주 특별한 관계라는

걸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

근데,

저 할머니 어디 편찮으신

거 아니에요?

안색이 지난 번 보다

아주 못하신데요?

아내 역시 두 노인한테

쏠리는 관심이 어쩔 수 없는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습니다.

.

그러고 보니까

오늘 따라 할머니는 눈물을 자주

닦으며 어깨를 들썩거렸습니다.

두 노인은 만두를 그대로

놔둔 채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할아버지는 돈을 지불하고

할머니의 어깨를 감싸

안고 나갔습니다.

.

나는 두 노인이 거리 모퉁이를

돌아갈 때까지

시선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

곧 쓰러질 듯 휘청거리며

걷는 할머니를

어미 닭이 병아리를 감싸듯

감싸 안고

가는 할아버지. .....

두 노인의 모습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대체 어떤 관계일까?

.

아내 말대로 첫사랑일까?

사람은 늙어도 사랑은 늙지

않는 법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어머?

 .

비가 오네. 여보,

빨리 솥뚜껑 닫아요.

그러나 나는 솥뚜껑 닫을 생각

보다는 두 노인의 걱정이

앞섰습니다.



우산도 없을 텐데

다음 주 수요일에 오면 내가 먼저

말을 붙여

물어볼 생각이었습니다.

 .

그런데 다음 주도,

그 다음 주도 할머니

할아버지는

우리 가게에 나타나지

않는 겁니다.

.

처음엔 몹시 궁금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두 노인에

대한 생각이

엷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게 사람인가 봅니다.

자기와 관계없는 일은 금방

잊게 마련인가 봅니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난 어느

수요일 날,

.

정확히 3시에

할아버지가 나타난 겁니다.

좀 마르고 초췌해 보였지만

영락없이 그 할아버지였습니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조금 웃어보였습니다.

할머니도 곧 오시겠지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못 와.

하늘나라에 갔어. 하는 겁니다.

나와 아내는 들고 있던

만두 접시를

떨어뜨릴 만큼 놀랬습니다.

.

할아버지 얘기를 듣고

우리 부부는 벌린 입을

다물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기가 막혀서,

너무 안타까워서.

두 분은 부부인데 할아버지는

수원의 큰 아들 집에,

할머니는 목동의 작은 아들

집에 사셨답니다.

"두 분이 싸우셨나요?

.

할아버지께 물었습니다.

"우리가 싸운 게 아니라

며느리들끼리 싸웠답니다.

큰 며느리가 다 같은

며느리인데 나만 부모를 모실

수가 없다

.

강경하게 나오는 바람에

공평하게 양쪽 집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를 한 분씩

모시기로 했답니다.


 

그래서 두 분은 일주일에

한 번씩 견우와 직녀처럼

서로 만난 거랍니다.

그러다가 할머니가 먼저 돌아

가셨답니다.

.

이제 나만 죽으면 돼.

우리는 또 다시 천국에선 같이

살 수 있겠지 

할아버지는 중얼거리며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습니다.

.

할아버지 뺨에는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습니다.

.

! 이글을 읽으시고

전화기를 바로 드세요...

그리고 누르세요. 부모님에게로.....


중국 청도에서 비오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