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가 있는 마을

김소월 의 시

최 낙출 2017. 9. 4. 16:44
산유화,진달래꽃,초혼은 정말 유명한 명시라고 생각합니다.

산유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이 지네 꽃이 지네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봄가을 없이 밤마다 돋는 달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렇게 사무치게 그리울 줄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달이 암만 밟아도 쳐다볼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이제금 저 달이 설움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진달래 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 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이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가는 길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한번...




저 산에도 까마귀, 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 오라고 따라 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요.




개여울


당신은 무슨 일로 그리합니까?


홀로 이 개 여울에 주저앉아서


파릇한 풀 포기가 돋아 나오고


잔물은 봄바람에 해적일 때에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 시던


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


날마다 개 여울에 나와 앉아서


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


가도 아주 가지는 않노라 심은


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금잔디


잔디 잔디 금잔디


심심(深深) 산천에 붙는 불은


가신 님 무덤 가에 금잔디.




봄이 왔네, 봄빛이 왔네.


버드나무 끝에도 실가지에.




봄빛이 왔네, 봄날이 왔네.


심심 산천에도 금잔디에






어제도 하루 밤 나그네 집에 


가마귀 가왁가왁 울며 새었소.




오늘은 또 몇 십 리 어디로 갈까.


산으로 올라갈까 들로 갈까




오라는 곳이 없어 나는 못 가오.


말 마소, 내 집도 정주 곽산


차 가고 배가는 곳이라오.




여 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공중엔 길 있어서 잘 가는가?




여 보소, 공중에 저 기러기


열 십자 복판에 내가 섰소.




갈래갈래 갈린 길 길이라도


내게 바 이 갈 길은 하나 없소.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가고 오지 못한다'하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만수산(萬壽山)을 올라서서


옛날에 갈라선 그 내님도


오늘날 뵈올 수 있었으면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고락에 겨운 입술로는


같은 말도 조금 더 영리하게




말하게도 지금은 되었건만.


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


'돌아서면 무심타'고 하는 말이


그 무슨 뜻인 줄을 알았으랴.




제석 산 붙는 불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님의


무덤엣 풀이라도 태웠으면!




먼 후일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 때의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못잊어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오.


그런 대로 한 세상 지내시구료


사노라면 잊힐 날 있으리다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오


그런 대로 세월만 가라시구려


못잊어도 더러는 잊히오리다


그러나 또 한껏 이렇지요


그리워 살뜰히 못 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떠지나요?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 산골


영 넘어 갈려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은 칠팔십 리


돌아서서 육십 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不歸)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 오 년 정분을 못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삼수 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초혼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 마디는


끝끝내 마저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는 그 사람이여!


사랑하는 그 사람이여!


붉은 해는 서산 마루에 걸리었다.


사슴의 무리도 슬피 운다.


떨어져 나가 앉은 산 위에서


나는 그대의 이름을 부르노라.


설음에 겹도록 부르노라.


설음에 겹도록 부르노라.


부르는 소리는 비껴가지만


하늘과 땅 사이가 너무 넓구나.


선 채로 이 자리에 돌이 되어도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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