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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편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사람들

최 낙출 2018. 1. 24. 17:31

 

[지인의 편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사람들
어느 날 그리 심하지도 않은 비바람이 불던 날 겨우겨우 버티던 그 초가집은 소리도 없이 폭삭하고 만다.

김필재    


오늘 한 지인이 필자에게 아래 일화를 보내왔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부뚜막 위에 놔둔 생선 한 마리가 없어졌다.


필시 집에 있는 고양이(집고양이)가 한 짓이라고 판단한 주인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급기야 고양이를 죽이고 말았다. 확실히 고양이가 먹었다는 증거도 없이 말이다.


그러나 주인은 최소한 네가 안 먹었어도 그 다음 의심이 가는 쥐새끼들이라도 잘 지켰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울분에 고양이를 죽여 버리는 성급한 결정을 내렸다.


고양이를 살리려던 일부 식구들도 목청 큰 어른의 위압과 달콤한 사탕봉지에 끌려 그 고양이를 죽이기로 합의했다. 고양이가 억울하게 없어진 그 날부터 쥐새끼들에게는 만고에 거칠 것이 없는 신세계가 펼쳐져 흥에 겨워 어쩔 줄 몰라 날뛰기 시작했다.


부뚜막은 말할 것도 없고 찬장이고 곳간이고 심지어 다락방, 안방까지 온통 쥐새끼들 독차지가 된다. 그것도 모자라 신나게 뛰어다니는데 방해가 된다고 여기저기 구멍을 내더니 집기둥의 밑동까지 갉아내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리 심하지도 않은 비바람이 불던 날 겨우겨우 버티던 그 초가집은 소리도 없이 폭삭하고 말았다.



[ 2018-01-23, 15:20 ] 조회수 : 397